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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생활 갈등

조치원에서 신병 훈련이 끝나고 충청도 홍성 비인 서산 태안 만리포 연포 모항 등으로 이동하며 아름다운 서해안 국립공원에서 복무했으니 외형상 감사한 일이었음에도 군복무를 힘들어했다. 개성이 존중되는 자율적 환경을 떠나 일방적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자유한 생활에 적응이 어려웠다. 조악한 막사생활, 고지에 물 길어 나르기, 야간경계근무, 연탄운송, 취사병, 체력훈련 등 시시로 주어지는 임무들에 부담이 컸다.

군 초년병사 고독 속에서 대학친구 최우권과 매주일 주고받았던 사색의 편지들이 위로가 되었고 내 인생의 무게를 채워주었다. 가장 촉망받던 친구였고 5개 국어를 자유로 구사했던 수재가 생각하는 언어의 깊이를 엿보았다. 순수한 청년들이 나누었던 젊은 날의 편지들을 보관하지 못하여 지금도 아쉽다.

 

이규호 저, <말의 힘>

http://blog.naver.com/vajarshisa?Redirect=Log&logNo=120069811867


- 장병부모를 등치는 사기꾼들

당시 시골 부모님을 찾아가 사기를 벌인 자들이 있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아드님께서 현재 군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저를 보냈습니다” 하자 아들 필자의 신변이 우려되었던 부모님은 연락해 볼 엄두도 못 내고 상당한 돈을 건네주었다고 했다. 요즘에도 사기꾼들이 접근하여 “자녀가 군에서 너무 고생하고 있으니 좋은 곳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임을 당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러 찾아오는 연락병은 거의가 사기꾼이라 보면 된다. 


 - 절경의 만리포 해안

훈련과 고민을 삭이며 야전에서 야생마처럼 사는 방식이 점차 익숙해져갔다. 만리포 백사장 축구시합, 모래 포구 따라 굴 해삼 해초 같은 생명체들, 폭풍에 밀려오는 산더미 같은 파도, 천리포 식물원의 갖가지 나무들과 풍경소리, 모항 고지에서 바라 본 저녁노을 오색 하늘, 파란 하늘을 머금은 쪽빛 바다, 해풍이 '휘- 휘 읭- 윙'대며 사정없이 몰려오는 고산 레이더기지, 하늘을 뒤덮는 철새무리, 갯벌 위에 내려온 선녀 백고니들, 그런 서해안 풍경들이 아련히 지나간다. 해풍과 파도를 억세게 견디고 푸르름을 간직한 바닷가소나무 해송(海松)이 경건스러운 나무로 생각되어 필자의 호를 '해송(海松)'이라 했다.

서산갯마을 아가씨들과 사귀어 결혼한 장병들도 있었지만, 최모 하사는 청순한 아가씨에게 강릉에서 선주를 하는 부잣집 아들이라 속이고 결혼을 약속하였는데 알고 보니 자녀가 있는 유뷰남으로 밝혀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만리포~십리포 해수욕장

http://terms.naver.com/entry.nhn?cid=680&docId=948154&mobile&categoryId=1403

연포 해수욕장

http://terms.naver.com/entry.nhn?cid=1588&docId=581660&mobile&categoryId=1588

천리포 수목원

http://www.chollipo.org/clp/menu1_2.php?fmain=1&fsub=2

 

- 후임병을 감싸주지 못한 과오

군 생활 1년여가 지났을 즈음 키가 작고 얼굴이 검어 약간 촌스러운 김선*이라는 후임병이 들어와 아직 모든 것이 서투르고 불안해 하였다. 필자와 대화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가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중대본부로 전출이 되고 없었다. 알고 보니 자기가 없는 줄 알고 내무반에서 선임병들이 자기의 흉을 보는데 충격을 받아 소대장에게 고통을 호소하여 돌아간 사건이었다. 자기가 의지하고 대화하던 필자(이상병)가 자기를 변호해줄 것으로 믿었는데 같이 어울려 “김이병 한번 봐줘야지 안되겠어”라는 말에 동의했다하여 몹시 슬퍼했다는 말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 그 후로 만나보지 못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도 그 친구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 어둠 속에 비치는 광명한 빛들의 고마움

군에서 각종 극기 훈련도 어렵지만 인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무료한 시간이다. 전쟁에 목적을 두고 경계하며 산다는 것이 멋없고 피곤한 일이다. 담요를 뚫을만한 창을 가지고 억세게 덤벼드는 모기들 속에서 캄캄하고 적막한 밤하늘을 응시하며 밤을 새워 경계를 서는 보초들은 체력의 저하와 함께 수많은 상념에 빠져든다. 달빛과 별빛이 밝혀줄 때면 마음도 밝아지지만 구름의 어둠 속에 세상이 잠기면 마음도 암흑 속으로 들어가 어두워진다. 그 때 멀리 반짝이는 작은 별빛이 얼마나 반가운 것이던가. 하늘의 광명한 빛들이 우리 인생에게 비춰주는 은혜를 통해 생각과 마음이 밝아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성경이 영혼의 암흑 속에서 비치는 광명한 빛이 되어주었다. 네비게이토 성경외우기를 통해 암송했던 핵심 메시지가 길잡이가 되어주었고 포켓 성경을 만지며 틈이 나는 순간마다 깊은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고 좋았다. 돌이켜보면 모든 의식주 잡념을 잊고 사색과 묵상에 전념할 수 있었던 군복무가 감사하다.

 

(창1:16)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사 큰 광명으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으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

(시36:9) 

대저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주의 광명중에 우리가 광명을 보리이다

(계22:16) 

나 예수는 교회들을 위하여 내 사자를 보내어 이것들을 너희에게 증거하게 하였노라 나는 다윗의 뿌리요 자손이니 곧 광명한 새벽별이라 하시더라

(약1:17)

각양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서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 하사관학교 조교 내무반장

초소에는 약20여명의 병사들이 단위를 이루어 취사를 해결한다. 필자에게 한번 맡기더니 음식에 맛이 있고 소질이 있다고 칭찬하며 후임병이 들어와도 계속 책임을 맡겼다. 일종의 포상으로 소대장의 재량으로 비공식 1주일 휴가를 주었다. 출석하던 소원교회 청년에게서 사복 양복을 빌려 입고 휴가를 떠났는데 이것이 큰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 동안에 부대 인사이동이 있었고 병사가 없으니 탈영신고 될 찰나에 귀대하는 중간에서 전출지로 향하여 겨우 위기를 면하였다. 행정병과였지만 해안초소에 나가기를 원하여 야전에서 복무했으나 이내 여산에 있는 하사관학교 행정병으로 전출이 된 것이다. 2년이 지나고 병장이 되어 조교 내무반장이 되었다. 군대 내무반장은 가정의 가장과 같아서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 책임이 있다. 예전에 김선* 이병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실수를 생각하며 여린 병사들에게 구타와 욕설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곳에서 만나 절친해진 친구가 군수처 이유배 병장이었다. 소심한 필자와 달리 눈이 부리부리하여 매사에 거칠 것이 없이 도전하는 성격에 호감이 갔다. 말이 통하고 바둑이 통했다. 후일에 도미하여 라스베가스에서 상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어 필자와 가족을 미국 서부 전역으로 안내하며 구경시켜준 호남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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