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깊을수록 맛이 다르다. 깊은 골짜기에서 만나는 산의 기운이 다르게 느껴지고 흐르는 계곡 물과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정말 산이 좋구나 하는 감탄이 오감 전체로부터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온 몸으로 느끼는 산의 존재 앞에 새삼 수긍하며 사람들은 힘든 삶의 한 자락을 비로소 산기슭에 풀어놓는 것이다. 산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오고 사람들은 산을 향해 그렇게 다가가는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산이 있다. 이 산은 깊이도 알 수 없고 높이도 알 수 없다. 산은 산인데 미지의 산이요, 비밀의 산이며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산, 영(靈)의 산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묵시(黙示)의 산이다. 말씀의 산이요, 은혜의 산이다. 지난 13년 동안 보여주신 이 산의 모습을 우리는 한 선지자를 통해 보고 들었으나 한 부분만 만났을 뿐이다. 골짜기마다 정치의 소리, 경제의 소리, 윤리의 소리, 과학의 소리, 또 민족의 소리, 통일의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하나님의 오묘하시고 신비로운 묵시를 어찌 다 안다고 하겠는가?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거기 우뚝 높은 산이 서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들려오기도 하고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려오기도 하며 성령의 능력으로 나타나기도 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필자는 하나의 거룩한 성산(聖山)으로 상징하고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도 속에 이 산을 산책하며 산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조금씩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은혜의 메아리”는 그런 마음과 믿음에서 한 나그네가 성산을 오르며 깨달은 단상들을 나누는 곳이 될 것이다. 어느 골짜기에선가 들려오는 은혜의 메아리를 당신도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이 보다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필자 역시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메아리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