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감사로 가득하다. 일 년 내내 땀 흘린 모든 만물이 저마다 결실을 거두는 계절이다. 사정이야 어떠하든 땡볕이 내려쬐고 비바람 몰아치는 어렵고 힘들었던 세월을 지나서 이제 귀중한 열매를 맺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들과 골짜기마다 울긋불긋 생명의 잔치가 벌어진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가을을 마냥 즐기고만 있을 수 없다. 지상의 생명마다 열매를 주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눈을 떠야 한다. 이 탐스런 열매들은 장차 다가올 엄동설한의 겨울을 지나가기 위해 하나님이 단단히 챙겨주시는 사랑의 도시락인 것이다.
수고의 결실들을 창고에 들여놓을 틈도 없이 우리는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에 둘러싸인다. 이맘때면 화려한 풍광에 들뜨기보다 잔인한 사색의 세월을 준비해야 한다. 낙엽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도 땅으로 돌아가 생명을 만드는 땅의 온기를 만나는 것이 순리다. 풍성했던 대지의 생명들이 온통 벌거벗은 채, 맨몸으로 추위를 맞이하는 혹독한 동토의 의례를 견뎌야 한다. 얼음과 눈으로 덮인 대지를 바라보면 누구나 절망을 느끼지만, 이 긴 고통의 시간이 또 다른 기운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전을 감지한다. 이미 봄이 몰려오고 있다.
봄은 신비하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싹을 일으키는 생명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 땅에서 머리를 들고 일어나는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지랑이처럼 몰려오는 생명의 기운으로 햇볕과 함께 꿈틀대는 대지가 마침내 초록 옷을 입는다. 살아있다는 이 기쁨을 알리고 싶어 바람까지도 산들거린다. 오랜 침잠에서 깨어나 싱그러운 생명의 향연을 준비한다. 장차 온 대지에 내려오게 될 부활의 소식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나님이 펼치시는 생명의 대합주가 시작된다. 살아있다는 기쁨이 온 땅에 전파된다. 행복과 감사가 넘친다.
<참고 메시지>
http://www.micah608.com/xe/?document_srl=24405 (이 땅에 참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