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종영을 맞이했다. 국민 드라마에 오를 만큼 시청율도 40%를 넘어섰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이 드라마의 재미에 푹 빠졌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드라마 한 편의 영향력이 어떠한가를 짐작케 한다. 과연 드라마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정치적 파워를 행사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과 스토리의 구성과 등장인물의 말 한 마디가 이 나라를 들었다 놓을 수 있다는 현실이 새삼 놀랍다.
그러나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작가가 시청자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는 점은 인정치 않을 수 없다. 경쟁이 심하고 삶이 각박해질수록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 탈출구가 필요한데, 그 기회를 이 드라마가 대신해주고 있다. 약을 바싹 올려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갔다가 어느 순간에 통쾌하게 반격을 가하는 스토리의 기복이 드라마의 통상적 기법이다. 시청자는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그 상승과 하강에 일희일비하면서 대리만족의 기회를 즐긴다. 이것이 시청률을 만드는 비결이며 방송국마다 드라마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사회적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드라마가 국민을 설득하고 계도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 정책”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다. 최근 막장 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식과 양식을 벗어나는 충격적이며 비윤리적인 스토리에 기가 막혀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치명적인 중독성을 거부하지 못한다. 드라마의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면서 작가와 연출가의 건강한 인생관과 가치관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의 폐해를 제어하면서 강점을 살리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런 드라마에 대한 강한 유혹과 카타르시스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북한주민들이다. 사방이 닫혀 진 감옥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며 대리만족의 기회이기도 하다. 잠자는 정신에 충격의 메시지를 전하는 남한 드라마야말로 강력한 변혁의 기회로 등장한 것이다. 최근 방영중인 KBS의 역사 드라마인 “정도전”이 북한 개혁의 실마리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고려를 죽일 것이다. 500년 묵은 이 괴물을 죽이기 위해 나도 괴물이 될 것이다.” 이성계와 함께 고려를 무너뜨리고 이씨조선을 개국시킨 불세출의 정치 개혁가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이 부패한 고려를 향해 던지는 이 선언적 메시지가 북한을 변혁시키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이것이 드라마의 힘이다.
<참고 메시지>
http://www.micah608.com/xe/?document_srl=49567 (북한 붕괴에 대비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