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늘 들리는 한 부동산업소를 찾았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이 업소는 필자가 가끔씩 방문해서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즐기는 곳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부동산 시세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주인인 황 사장에 대한 특별한 관심 때문이다. 50대 초반의 그는 15년이 넘도록 이 동네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해오고 있다. 인근의 많은 부동산 업소들이 문을 닫는 어려운 시기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불황에도 견디며 사업을 하는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에게는 한 가지 남다른 점이 있다.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그것을 이 지면을 빌어 소개하고 싶다.
그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이다. 마라톤에만 2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고 우리 동네 마라톤동우회의 열성적 회원이다. 그는 오는 3월에 개최될 동아마라톤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10월말에 있을 조선일보의 춘천마라톤과 중앙일보 마라톤을 바라보며 금년 한 해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마라톤에 집착하며 공을 들이는 까닭이 있다. 가장 큰 목적은 물론 건강에 있지만, 그에게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 자신만이 즐기는 비밀스런 세계이다. 즉 마라톤은 하나님께서 그를 위해 준비해두신 인생의 특설 훈련장이라고 믿는 것이다.
마라톤 거리 42.195km, 이것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장 이상적인 구간이다. 이곳에서 온갖 인생사가 벌어진다. 그는 마라톤이 인생의 과정과 흡사하여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10-15km의 초반 구간은 누구나 즐긴다고 한다. 청춘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km를 전후하여 차이가 나타난다. 변함없이 달리는 선두 그룹이 있는가 하면 벌써 뒤처지기 시작한 후미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마라톤의 벽’으로 알려진 25-35km의 마의 구간에 이르면 탈락자가 나타난다. 평소에 마라톤을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타난다. 피로물질 젖산이 근육에 쌓이면서 피로도가 급증한다.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며 호흡의 균일성을 상실한다. 또 몸의 전반적 조절능력을 잃고 고통을 견디기 어렵다. 인생의 현장은 정직하다.
황 사장은 마라톤에서 나름 인생의 교훈을 배운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고통을 견디는 인내를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인내는 자기 몸을 조절하는 지혜와 능력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 힘은 평소에 마라톤을 준비한 양만큼 나온다는 것이다. 지구촌교회에 출석하는 충성스런 성도인 그는 불황 속에서도 이 교훈을 하나님이 주셨다고 믿으며 특별히 성경 말씀에 비추어 깊이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푯대를 향하여 달리는 사도 바울의 믿음의 자세(빌립보 3:12-13)를 마라톤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님께서 어려움 속에서도 인생의 보폭, 보속, 호흡을 조절하고 계신다는 믿음으로 그는 인생의 마라톤을 달린다. 그는 자신의 인생코스에서도 탈락하지 않고 완주하여 목표기록을 달성하고 싶다고 한다.
이야기 끝에 그는 이 나라도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했다. 5천만 국민이 한 몸이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마라톤에서 이기려면 국가 목표를 분명히 하여 모두가 한 몸으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저마다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하여 우리가 당한 대북관계, 외교문제, 또 경제, 교육, 국방 등의 고통과 시련을 잘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개인과 국가의 페이스 조절능력을 잘 견지해야 이 나라 전체의 국가적 사회적 피로감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통일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고통을 이기며 자기를 잘 통제하며 한 몸과 한 마음으로 뭉칠 때 가능하다고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고 메시지>
http://www.micah608.com/xe/?document_srl=211715 (선으로 뭉쳐 한목소리를 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