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교통사고
다음에는 집을 빌려 하숙생들을 치르고 이제 막 신혼을 시작할 무렵 사장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남편이 큰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다. 여학생을 치어 장애자가 되었고 합의금이 무려 680만원에 실형을 면하기 어려웠다. 합의금은 사장이 부담해 준다했으나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자 김옥순은 첫아이 은정이를 등에 업고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1주일을 사정한 끝에 합의서를 받아내었다. 그러나 형사처벌 대상이어서 구치소에서 나오지 못하자, 다시 담당 검사를 찾아갔다. (고 이진우 검사로 기억되었다). 만나주지 않자 며칠 후에 길가에서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승용차 앞에 드러누워 버렸다. 놀란 검사가 차에 타라하여 가정 사정을 얘기하니 어린 산모를 딱하게 여긴 검사가 서둘러 손을 썼는지 남편 이양우는 수일 후에 풀려나게 되었다.
- 상계동 포장마차
그 와중에 가정이 어려워져 상계동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당시 상계동은 서울시내 여러 곳에서 기층민들이 모여들었던 지역이었다. 상계동행 시내버스가 도착하면 수십명씩 몰려들어 차를 타려고 아우성이었다.
그곳에서 김옥순은 동생들을 거느리고 닥치는대로 장사를 하였다.
처음에는 포장마차를 하여 장사가 잘되었으나 23세의 젊은 여자가 밤에 남성들을 상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거나해진 손님들이 치근대는 게 싫어 포장마차를 치우고 호떡장사를 했다. 밀가루 한포를 이스트에 반죽하여 밤새 아랫목에 묻어놓고 다음날 아침부터 리어카에 나와 호떡을 구워 파는데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굽는대로 팔려나갔다. 호떡은 겨울장사이다. 겨울이 끝나고 봄부터 상계시장에 나가 멸치 김 등을 떼어나가 길거리에서 팔았다. 추석 즈음 가을에는 배 사과 등을 리어카에 싣고 팔았다. 이듬해 돈을 모아 20만원 주고 상가를 얻어 분식집을 내었다. (그런데 나중에 은행에 저당잡힌 상가를 얻어 보증금을 떼이게 되었다). 냉면 쫄면 핫도그 떡복기 오뎅을 팔았다. 몸은 고달팠으나 장사가 잘되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특별히 핫도그가 잘 팔렸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남편과 아이 동생들과 함께 기거하였으니 김옥순 부부의 신혼은 처음부터 없었던 셈이다.
- 교회출석
그즈음 어느날 장님 할머니가 손자 손을 잡고 오더니 “새댁! 교회에 다녀?” 물으시기에 어릴 때 교회 주일학교에 다녔으나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고 하자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당하게 될거여” 하는 말에 “그렇지 교회다녀서 불행을 막아야지” 생각하고 주일날 교회에 나갔는데 그 할머니가 “자기가 처음으로 전도하여 교회에 나오게 되어 감사 헌금을 합니다”하며 헌금봉투를 적어내는 것을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