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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폐지 후 대체입법안 분석      
불고지죄, 고무*찬양 폐지는 공산주의 자유허용  
미국*독일 불고지죄, 고무*찬양 처벌, 우리보다 훨씬 엄해

최근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폐지 당론과의 타협책으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 후 대체입법주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대체입법주장이 일단 국보법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기존 국보법위반자들에 대한 법률적*정치적 사면을 통해 대한민국 정통성 및 정체성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근거한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체입법은 국보법 제10조 불고지죄 삭제 및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죄 대폭 수정 등을 내용으로 해 사실상 김정일 정권과 친북내통세력의 공산주의 활동을 저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찬양*고무죄, 내란 이전 단계의 안보장치

국보법개폐논의의 최대쟁점이었던 제7조(찬양*고무 등)의 경우, 지난 해 말 열우당과 한나라당 지도부4자회담에서 ‘단순’ 찬양*고무는 삭제하되 ‘적극적인’ 또는 ‘공공연한’ 선전*선동만 처벌할 것을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7조(찬양*고무 등)는 91년 국보법개정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문구(주관적 구성요건)를 삽입, 이미 국가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주는 찬양*고무의 경우에만 처벌해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역시 제7조(찬양*고무 등)가 엄격히 적용돼온 점을 인정하며, 남용사례가 없었음을 판시해왔다.

헌재는 지난 해 8월26일 선고2003헌바85*102사건에서도 재판관 전원일치로 ‘현행 국보법 제7조는 확대해석의 위험이 거의 제거됐다’며 ‘제7조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필요최소한도의 제한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미 ‘단순’ 찬양*고무가 아닌 ‘국가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주는’ 찬양*고무행위를 처벌하는 제7조에서 찬양*고무죄를 삭제하는 것은 제7조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공산주의 활동이 무제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안검사출신의 김용철 변호사는 “국보법 제7조는 국가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주는 고무찬양행위에 대한 처벌로서 폭력을 동반한 내란행위 이전단계에서 가동되는 최소한의 국가안전장치”라며 “우리나라에서 찬양고무죄 삭제는 내란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공산주의 활동을 무제한 허용시키고, 결국 심각한 안보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과거 한총련 및 재야단체 핵심간부들을 수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 골수 주체사상파들은 국보법 제7조의 폐지에만 주력했지 다른 규정에 대하여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찬양고무죄가 북한의 통일전선전술 등 대남적화전략을 달성키 위한 합법적 활동영역확보 저지규정임을 지적했다.

독일 찬양고무처벌, 한국보다 훨씬 강해

찬양고무죄가 갖는 내란 이전단계의 선전*선동활동 처벌기능을 반증하듯, 독일 같은 나라는 통일 이후에도 舊동독에 대한 찬양고무행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독일은 형법 제86조 ‘위헌조직선전물 반포’를 통해 ‘舊동독의 선전물이나 위헌정당과 위헌단체의 선전물을 돌리거나 가지고’만 있어도 즉시 처벌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이나 한총련의 선전물을 돌려보거나 보관하는 것도 국가존립을 위태케 하는 등 조건이 있어야만 비로소 처벌할 수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또 독일 형법 제90조는 ‘구동독의 국기나 휘장을 공중 앞에 게양하거나 그런 사용목적으로 보관’하는 자체만으로도 3년 이하의 자유형이나 벌금형으로 즉시 처벌할 수 있는 법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븍한의 인공기를 공중 앞에 휘날려도 국가존립을 위태케 하는 등 조건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법제이다.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의 임광규 변호사는 “무력만이 나라를 전복할 수 있고 와해시킬 수 있다는 판단은 어리석은 발상이며 오히려 정보모략전에서 전쟁이 결판나는 경우가 인류역사상 허다했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패배하여 무너진 나라들의 지도자와 백성들을 살펴보면, 국가공동체가 적의 전복공작, 와해활동의 먹이가 되도록 방치하고도 무심했던 어리석음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불고지죄, 은밀성(隱密性)을 갖는 국가안전범죄 특성상 불가피

‘가령 20세의 한 대한민국국민이 내일 밤 군 지휘관들이 회의 중인 군용시설을 폭파할 임무를 띠고 이웃집에 잠입한 간첩의 계획을 알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자. 다음날 밤 이 군용시설이 폭파되고 주요 지휘관이 살상되었다고 하자. 부작위로 그냥 보고만 있으면서 신고를 하지 않은 시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체입법 시 폐지가 전제되고 있는 불고지죄의 경우, 은밀성(隱密性)을 갖는 국가안전범죄의 특성상 불가피한 처벌규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살인, 강도, 사기 등과 같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범죄행위와 달리 간첩행위 같은 국가안전범죄는 은밀하게 필요인물들을 접촉, 포섭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접촉, 포섭된 인물 또는 주변인물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수사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북전략연구소 유동렬 박사는 “국보법상 불고지 조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3조(반국가단체 구성, 가입), 제4조(목적수행), 제5조(자진지원, 금품수수) 등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이며, 이것도 이런 죄를 범한 자임을 알면서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았을 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규정”이라며 “소수의 대공수사관들의 역량으로만  정교해지는 대남간첩공작을 분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불고지죄마저 폐지한다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포기나 다름없는 상황을 조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10조 불고지죄가 부모*자식*형제 사이의 밀고를 권장하는 인륜에 反하는 규정이라는 폐지론의 근거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10조 단서에는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며, 부모자식 사이에는 불고지 조항을 거의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독일 불고지죄, 국사범 외에도 넓게 적용

선진외국에서도 국가안보범죄의 은밀성이라는 특수성 상 불고지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같은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력한 불고지죄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형법 제138조 등에서 내란죄 및 국가반역죄(간첩죄), 외환죄, 간첩지원 등 국사범 뿐 아니라 살인죄, 강도죄, 마약, 위폐, 인신매매, 유가증권위조죄 등 공공위해죄의 대부분에 대해서까지 고지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시 처벌하고 있다. 독일의 형법은 더 나아가 불고지죄를 찬양하는 것도 처벌토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국가반역죄 및 외국정부나 외국정당의 간첩, 방첩, 태업, 전술에 대한 불고지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미국 연방형법 제2382조의 반역불고지죄는 ‘미합중국에 대하여 충성의무를 지고 있으면서 반역을 범한 정을 알면서도 이를 은닉하여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 미합중국의 대통령 또 법관이나 주지사 또는 법관에게 고발하지 아니한 자는 반역불고지의 죄를 구성하고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벌금 및 양형을 병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의 국내안전법 제851조에서는 ‘누구든지 외국정부나 외국정당의 간첩, 방첩, 태업, 전술을 인지했거나 지시를 받았거나 임무를 받았거나 하는 경우 소정의 방식으로 미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하고 있다.

<대체입법제정은 정통세력 역적 만드는 것>

그러나 국보법을 대체입법 할 경우 초래될 가장 큰 문제점은 개별 조문이 갖는 의미 보다 대체입법이 현행 국보법 폐지를 전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국보법과 유사한 내용의 대체입법이 나온다 해도 이는 법 제정 이후 적용되는 것이므로, 기존 국보법 위반자들은 법적사면을 받고, 일단 처벌받았던 사람들도 정치적 의미에서의 면죄부를 받게 된다. 

따라서 현역 정치인 중 조선로동당 가입 등 간첩활동사실이 새롭게 드러난다 해도 대체입법 제정 전의 행위인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과거 국보법으로 처벌받았던 사람들도 정치적 의미에서의 면죄부를 부여받게 돼, ‘명예회복’ 및 ‘보상요구’를 하고, 같은 맥락에서 자신들에게 국보법을 집행해 온 주류세력에게 역사적*정치적 차원의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광주사태에 대한 민주화보상법 제정이 이후 수 십 년간의 소위 ‘역사재평가’ 작업이 수반됐듯, 현행 국보법의 폐지는 국보법위반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기념재단, 기념사업회, 관련 법률제정 등 국가사업을 수반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국보법의 부정에서 더 나아가 국보법을 집행해 온 대한민국 주류세력에 대한 부정 및 국보법을 통해 지켜 온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나라정책원 원장 김광동 박사는 “대체입법 제정으로 국보법이 폐지되면서 국보법위반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요구가 수용되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보법을 적용했던 역대 정권의 폄훼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 및 이념적 정체성 훼손이 초래될 것”이라며 “이러한 대체입법 제정은 결국 국보법으로 처벌받았던 혹은 위반했던 사람들이 영웅이 되고 국보법을 집행해 온 대한민국의 정통 주류세력이 반역자로 몰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욱기자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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