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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상] 五關斬將(오관참장) 이창호

한삼희 · 논설위원 · shhan@chosun.com 

1939년 중국에서 온 오청원(吳淸源)과 일본의 청년 고수 기타니 미노루(木谷實)가 ‘치수(置數) 고치기 10번기’를 벌였다. 10차례 대국하는 동안 4승 차가 나면 치수를 고치는, 명예와 자존심의 대결이다. 오청원이 6국에서 5승1패를 올려 기타니의 치수는 덤 없던 그 시절의 호선(互先)에서 선상선(先相先)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 오청원과 둘 때 한 번은 백, 두 번은 흑을 잡는 하수 처지가 된 것이다. 이후 오청원은 일본 고수들의 치수를 모조리 고쳐 놓았다. 
▶기도(碁道)를 꽃피우고 구가하던 일본이 바둑 본산에서 온 천재에게 정복당했던 것처럼 중국이 이창호에게 경악하고 있다. 이창호는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배 바둑대회에서 중국과 일본의 맹장 5명을 차례로 꺾어 한국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중·일 5명씩 출전한 연승전에서 한국은 앞선 4명이 1승밖에 못 올린 채 탈락했다. 마지막 남은 이창호가 5연승할 산술적 확률은 3% 남짓. 이창호는 결국 신화를 써냈다. 

▶‘한 사내 관문 지키니 만 명도 뚫지 못한다(一夫當關 萬夫莫開).’ 중국 신문은 이백의 ‘촉도난(蜀道難)’ 한 구절을 인용해 찬탄했다. 이창호라는 관문이 촉(蜀)으로 가는 길목 검각(劒閣)만큼이나 험난하다는 얘기다. 삼국지에서 장판교를 홀로 막아 서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장비도 연상시킨다. 관우가 단기(單騎)로 조조의 다섯 관문 장수들을 차례로 베고 유비에게 돌아갔다는 ‘오관참장(五關斬將)’을 이창호는 바둑 삼국지에서 해냈다. 

▶중국의 바둑열은 열광적 축구팬 ‘치우미(球迷)’ 못지않다. 국수적 분위기에 휩쓸려 야유와 욕설을 퍼붓는 것도 비슷하다. 중국은 바둑대회에서 번번이 한국에 꺾이면서 또 다른 공한증(恐韓症)에 걸렸다. 그러면서도 이창호에게만은 진심으로 감복한다. 이창호와 결승국을 치른 중국 주장은 “이 바둑이 끝나고서야 하늘 높은 줄 알았다”고 했다. 

▶이창호는 등단 초기 ‘두꺼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 눈을 껌벅껌벅할 뿐 미동도 없이 시치미를 떼고 앉았다가 상대 실수를 넙죽 걷어채곤 해서 붙은 별명이다. 형세에 관계없이 언제나 표정이 같다고 해서 ‘미륵불‘이라고도 불린다. 중국인들도 ‘돌부처(石佛)’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요지부동 뒤에 치열한 노력과 투혼이 끓고 있다. ‘오청원이 기예의 천재라면 이창호는 계산의 천재이고, 오의 바둑이 예술이라면 이의 바둑은 과학이다’(이광구의 바둑 이야기). 이창호가 있어서 행복하다.

*** [조용헌 살롱] 백제출신 고수  
 
이번에 농심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승한 이창호를 두고 한·중·일 삼국의 바둑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막판에 일본과 중국의 고수 5명을 연달아 격파한 그의 솜씨는 무협지의 주인공 곽정이 가끔 사용하는 ‘항룡십팔장(亢龍十八掌)’의 위력을 연상하게 한다. 절정고수의 내공을 눈으로 직접 보여준 셈이다. 그를 가리켜 중국 신문에서는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 한 사내가 관문을 지키니 만인도 어쩌지 못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바둑은 ‘문(文)의 즐거움’과 ‘무(武)의 쾌감’을 모두 갖춘 문무겸전 게임이다. 문의 즐거움이란 철저한 두뇌게임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지략을 바둑판에서 구사할 수 있다. 바둑은 천변만화하는 지략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문사들의 취향을 만족시켜 준다. 다른 스포츠와 같이 육체적인 힘 또는 물리력을 가지고 좌우하는 게임이 아니다. 바둑은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오락인 것이다. 

무의 쾌감이란 무엇인가. 검술에서는 무승부가 없다. 승부가 반드시 가려진다. 바둑도 무승부가 없다. 반집 차이라도 반드시 승부가 나기 마련이다. 승부가 가려진다는 것은 곧 위계질서(hierarchy)가 명백해짐을 뜻한다. 승부가 한 번 정해지면 뒷다리를 걸거나 아니면 자구해석을 트집 잡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지면 승복해야 한다. 무의 쾌감이란 승부의 명백함, 즉 승부의 깔끔함에서 오는 쾌감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바둑 고수들 중에 옛 백제지역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이창호는 전주 태생이다. 한국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 9단은 전북 부안이고, 이창호의 사부였던 조훈현은 전남 목포 출신이다. 요즘 욱일승천하는 이세돌의 고향도 전남 비금도이다. 왜 백제지역이 많은 것인가. 우연일 수도 있지만, ‘후한서(後漢書)’에 보면 백제는 유난히 바둑을 좋아했다고 나온다. ‘삼국사기’에도 백제 개로왕이 죽게 된 이유가 바둑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고구려의 바둑고수였던 승려 도림(道琳)을 기대조(棋待詔)로 두고 바둑에 몰두했던 탓이다.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이창호는 혹시 백제의 바둑고수가 20세기에 환생한 것이 아닐까!

 
*** [누리꾼 포커스]이창호 세계기전 우승  

[동아일보   2005-03-02 18:15:00]  
  
요즘 인터넷에서는 가히 ‘이창호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이창호 기사에 관한 얘기가 많다. 그럴 만도 하다. 세계 기전에서 중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고수 5명을 잇달아 물리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단 한판만 지면 모든 게 끝장인 벼랑 끝 상황에서.

이창호가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난달 26일. 한 바둑전문 사이트의 관련기사에 불과 몇 시간 만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네티즌)이 우승 축하 이벤트로 제안한 ‘댓글 이어달기’에 열띤 호응이 이어진 것.

중국 누리꾼들은 한술 더 떴다. 비록 중국의 대회 첫 우승이 물거품이 됐지만 이창호에 대한 질시나 비아냥거림보다 찬사가 훨씬 더 많았다. 한 중국 누리꾼은 ‘농구의 신은 마이클 조던, 골프의 신은 타이거 우즈, 바둑의 신은 이창호’라고 칭송했다. 중국의 주요 언론들도 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국내에 속속 알려지면서 이창호는 바둑 팬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최고 관심사가 됐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유명인 검색어 1위로 등극해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바둑 관련 이슈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큰 화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리꾼들은 왜 이창호에 그토록 열광할까. 댓글 내용을 정리해 보면 ‘그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독도 망언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저자세’에서 기인한 ‘힘없는 나라 백성의 답답증’을 이창호가 후련하게 날려줬다는 것. 물론 우리에게도 진정한 세계 1등이 있다는 자부심도 컸다.

많은 누리꾼은 그런 이창호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고 불만이다. 이창호에게 훈장을 주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한편으론 이창호에게 어울리는 새 칭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기인(棋人)’을 제안한 한 누리꾼(noul1)은 ‘바둑을 두는 분, 바둑을 두는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시는 분, 바둑을 두기 위해 태어난 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관련 미가608 메시지>

http://www.micah608.com/4-4-1-hurrah-kore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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