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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외교란(外交亂) ?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중앙 시평´ 

여전히 국민 마음을 천지사방으로 흩뜨리는 대통령의 말 

이제 슬슬 시끄러워질 때가 되었나 보다. 한겨울 조용해서 오랜만에 마음 편했고 그 덕에 작은 희망도 가져보았건만, 꽃 피자 낙화라더니 국익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요란한 말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내린다. 우리 조상 중 친일한 사람이 없는지 조심스레 자문해 보았던 게 엊그제였는데, 이젠 내가 친미인지 반미인지를 자문해 봐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 대통령의 말 때문이다. 스님의 설법처럼 마음을 가다듬어준다면 오죽 좋으련만, 대통령의 말은 외려 추스른 마음을 천지사방으로 흩뜨리고 어렵게 잠재운 적의를 일깨우는 것이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 쓸데없는 말들의 난타전은 현 정부가 즐겨 연출해온 특이한 통치술인데, 문제의 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어란(語亂)이다. 

어란이란 말로 촉발된 난리지만, 점잖게 말해서 ´담론의 확장´을 가져온다면 바랄 게 없으나 상대방의 감정선을 건드려 ´서로 얼굴 붉히는´ 비방전, 잘해 봐야 변명으로 봉합하고 마는 소모전이었다. 경제가 바닥을 쳤느니 완전히 회복기로 접어들었느니 했던 논란이 어디 서민가계에 도움이 되었는가. 지난해 하반기 정국을 강타했던 국가보안법 파동이 정치 발전에 기여했는가. ´나는 친미파가 아닙니다´를 선언해야 겨우 살아남을 것 같은 외교계의 살벌한 분위기가 한국을 동북아의 균형자로 격상시킬 것인가. 외교계를 뒤흔드는 어란(語亂), 또는 대통령이 손수 촉발했다는 의미에서 어란(御亂)은 판도가 뒤바뀐 21세기 국제정세의 중추신경과는 별로 상관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두루 알고 있듯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동맹국을 재편하는 최우선의 원칙은 인권도, 과거의 우정도, 경제관계도 아니다.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여부, 혹시 그것을 보유한 국가라면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이런 간단명료한 제국의 전략 앞에 한국의 선택지는 매우 좁고 가파르다. 미국의 통제전략에 동의하면 동맹국이고, 이의를 달면 적대국이 된다. 일본은 100% 동의했고, 중국은 이의를 제기했다. 북한은 이미 ´악의 축´이다. 미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국 정부에 물었다. ´어떻게 할래?´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모호했다. ´글쎄요, 우리는 한·미 동맹을 중시합니다만, 자주외교라는 게 있거든요´. 미국이 이 답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북핵 문제로 신경이 곤두선 요즘, ´우리는 할 말은 좀 하는 편´이라는 대통령의 체통 있는 어법,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작계 5029´ 중단조치를 내렸다는 소식 등을 접하고도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이 성깔 내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그런데 최근의 어란은 미국의 성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면 친미파로, 대수롭지 않다고 하면 반미파로 분류하는 논리적 폭력을 숨기고 있다. 마침 북한 영변 원자로의 굴뚝에 연기가 그치고 본격적인 플루토늄 추출작업에 들어갔다는 혐의가 짙어진 때에 그래도 이 쓸데없는 해명.비방.자아비판을 지속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미국의 세계 재편 전략 앞에 친미와 반미의 구분은 무용하다는 사실이다. 군사작전권이 미국에 있고, 태도를 바꾼 미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엇갈린 이해를 조정할 당사국이라는 이 냉정하고도 상식적인 현실을 ´자주외교´의 제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자주´라는 개념은 열강에 주눅든 한국 국민에게 자긍심을 불러주지만, 그것의 영어 표현은 여간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는 일종의 ´주권 회복 선언´ 같은 공세적 의미로 들리는 것이다. 주권 회복을 누가 반대하랴. 그러나 자주가 북한의 ´주체´로 오인되거나 (모두 주권을 강조하는 의미), ´친미파는 조금 불편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농담성 발언 때문에 미국이 공조를 파기하고 단독행동에 돌입할 우려를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은 ´할 말은 조금 해서´ 속시원하시겠지만, 늘어난 방위비 분담금과 첨단무기 구입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외교의 고수(高手)들은 돈 안 들이고 실익을 챙긴다. 그런데 우리의 외교팀은 체통과 명분을 위해 수조원을 성큼 지불한다. 예의 독특한 어법으로 친미와 반미를 갈라 어란을 촉발하고도 뾰족한 해결책을 만들지 못한다. 국내 정치에서는 개혁이 통하지만, 국제정세에서 개혁은 반란이다. 그것을 모르는 의욕 충만한 아마추어들이 외교계를 뒤흔드는 동안 외교계의 고수들은 지금 후미진 다방 한구석에서 한숨만 쉬고 있다. 
 
-데일리안 05-04-23

<관련 미가608 메시지>
http://www.micah608.com/busy-refusal.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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